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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도 불안할 때가 있어요

햇살이 차창 위로 부드럽게 내려앉습니다. 아이를 수영팀 훈련장에 데려다주는 길,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은 그저 배경음처럼 흐르고, 제 마음은 아이의 오늘 하루에 가 있습니다. 운전대 너머로 보이는 뒷좌석의 아이는 이어폰을 귀에 꽂은 채 멀리 창밖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런 모습을 바라보며 마음 한편이 뭉클해집니다. “오늘은 내일 시합을 위해 훈련이 좀 많다던데, 혹시 힘들어하지 않을까?”, “아직 몸이 다 회복되지 않았는데 괜찮을까?” 이런 생각들이 조용히 가슴을 파고듭니다.도착해서 아이가 문을 열고 나가려 할 때, 무심히 한마디를 건넵니다.“조심히 하고, 힘들면 꼭 이야기해.”아이의 짧은 “응”이라는 대답 뒤에 숨겨진 긴장과 설렘이 느껴집니다.수영장은 늘 활기찹니다. 물 튀는 소리, 코치의 호루라기..

자녀교육 2025.07.08

부모의 속마음: 말하지 못한 걱정

이민자의 삶은 언제나 낯섦으로 시작됩니다. 마트에서 물건 하나를 사려해도, 아이의 학교 행사에 참석하려 해도, 그 작은 순간마다 머뭇거리는 발걸음과 조심스러운 눈빛이 따라붙습니다.미주 땅에 뿌리를 내린 한인 1세 부모들은 겉으론 강해 보이지만, 사실 마음 속엔 늘 작은 파도가 일렁입니다. 언어의 벽 앞에서, 문화의 문턱 앞에서, 그리고 아직도 풀리지 않은 ‘미국식 부모 역할’ 앞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스스로를 되묻습니다. “나는 좋은 부모일까? 잘하고 있는 걸까?”아이들은 이 땅의 언어와 문화를 금세 배우고 친구들과 자연스레 어울립니다. 반면 부모는 여전히 영어 문장의 맨 앞에서 멈칫하고, 이메일 한 통을 보내기 위해 몇 번이나 번역기를 켜고 끕니다. 그 간극은 아이의 성장과 함께 점점 더 벌어집니다.아..

자녀교육 2025.07.08

눈물, 학원, 그리고 여자친구 – 점수보다 더 큰 배움의 시간

이번 가을, 저희 둘째 아이는 UCLA에서 데이터 사이언스를 전공으로 공부하게 됩니다.아이를 소개하자면, 똑똑하고 착하며 무엇이든 야무지게 해내는 성격입니다.그렇다고 완벽하거나 모든 일에 탁월한 건 아닙니다.주말 밤이면 친구들과 컴퓨터 게임에 몰두해 시간 가는 줄 모르고,가끔은 잔소리를 듣기도 하는, 아주 평범한 미국 2세대의 한국계 남자아이입니다.11학년 가을부터는 본격적으로 대학 입시를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목표는 스탠퍼드나 MIT 같은 상위권 사립대였고, 아이는 나름대로 열심히 달리고 있었죠.하지만 첫 번째 SAT 시험 결과는 기대에 못 미쳤습니다.저희 부부는 걱정이 앞섰고, 결국 학원 등록을 권하게 되었습니다.한인들이 운영하는 유명 SAT 학원이 있었고,주말마다 북쪽으로 40분을 운전해 데려다줄 ..

자녀교육 2025.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