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교육

부모도 불안할 때가 있어요

내가 부모다 2025. 7. 8. 14:10

햇살이 차창 위로 부드럽게 내려앉습니다. 아이를 수영팀 훈련장에 데려다주는 길,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은 그저 배경음처럼 흐르고, 제 마음은 아이의 오늘 하루에 가 있습니다. 운전대 너머로 보이는 뒷좌석의 아이는 이어폰을 귀에 꽂은 채 멀리 창밖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런 모습을 바라보며 마음 한편이 뭉클해집니다. “오늘은 내일 시합을 위해 훈련이 좀 많다던데, 혹시 힘들어하지 않을까?”, “아직 몸이 다 회복되지 않았는데 괜찮을까?” 이런 생각들이 조용히 가슴을 파고듭니다.

도착해서 아이가 문을 열고 나가려 할 때, 무심히 한마디를 건넵니다.
“조심히 하고, 힘들면 꼭 이야기해.”
아이의 짧은 “응”이라는 대답 뒤에 숨겨진 긴장과 설렘이 느껴집니다.

수영장은 늘 활기찹니다. 물 튀는 소리, 코치의 호루라기, 아이들의 웃음과 숨 고르는 소리까지 모든 것이 생동감 있습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 아이는 혼자 물과 싸우고, 자기 자신과 싸우고 있습니다. 부모는 멀리서 그것을 바라볼 뿐입니다. 수영 대회가 있는 날이면 아이만큼이나 부모도 긴장감이 오릅니다. 출발대에 선 아이를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몇 번이고 다짐합니다. 

“실수해도 괜찮아. 결과보다 네가 여기까지 온 게 더 중요해.” 

하지만 막상 출발 신호가 울리는 순간, 저도 모르게 두 손을 꽉 쥐고 숨을 멈춥니다. 경기를 마치고 나온 아이는 젖은 머리칼과 몸을 수건으로 닦습니다. 아무런 말도 건네지 않습니다. 그렇게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 침묵은 또 다른 긴장으로 이어집니다.

돌아오는 길, 차 안에서 아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눕니다.
“많이 긴장 했니, 떨렸고”
아이는 말이 없이 운전하는 나를 봅니다.
“나도 그래. 잘하고 싶고, 실수할까 봐 두렵고. 하지만  용기를 내는 거야.” 충혈 된 눈으로 바라보는 아이의 눈빛이 한층 부드러워집니다.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부모가 자신의 불안을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나눌 때 아이들은 정서적으로 더 안정되고, 도전에 대한 두려움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을 받는다고 합니다. 실제로, Journal of Family Psychology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부모가 불안을 인정하고 자녀와 공감적인 대화를 나눈 가정의 아이들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낮고, 회복탄력성(resilience)이 높게 나타났습니다.

이민 1세 부모에게는 더 큰 용기가 필요합니다. 낯선 언어, 다른 문화 속에서 아이의 뒷모습을 지켜본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모든 것을 완벽히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 사회적 기대, 그리고 보이지 않는 외로움까지. 그러나 그 모든 불안 속에서도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소중한 일은, 아이와 함께 그 감정을 나누고 손을 잡아 주는 것입니다.

집에 도착할 즈음, 아이는 창밖으로 지는 노을을 바라보며 말합니다.
“다음 시합에는 더 잘할 수 있을까?”
저는 조용히 대답합니다.
“괜찮아. 네가 멈추지 않는 그걸로 충분해.”

차 안이라는 작은 공간에서 나누는 이 대화는, 세상 어떤 연습보다 값지고 단단합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때로는 흔들리고, 두려워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건 서로를 향한 믿음과 그 따뜻한 손길입니다.

“괜찮아. 최선을 다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