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가을, 저희 둘째 아이는 UCLA에서 데이터 사이언스를 전공으로 공부하게 됩니다.
아이를 소개하자면, 똑똑하고 착하며 무엇이든 야무지게 해내는 성격입니다.
그렇다고 완벽하거나 모든 일에 탁월한 건 아닙니다.
주말 밤이면 친구들과 컴퓨터 게임에 몰두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가끔은 잔소리를 듣기도 하는, 아주 평범한 미국 2세대의 한국계 남자아이입니다.
11학년 가을부터는 본격적으로 대학 입시를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목표는 스탠퍼드나 MIT 같은 상위권 사립대였고, 아이는 나름대로 열심히 달리고 있었죠.
하지만 첫 번째 SAT 시험 결과는 기대에 못 미쳤습니다.
저희 부부는 걱정이 앞섰고, 결국 학원 등록을 권하게 되었습니다.
한인들이 운영하는 유명 SAT 학원이 있었고,
주말마다 북쪽으로 40분을 운전해 데려다줄 각오까지 했죠.
하지만 이 제안을 들은 아이는 말없이 방으로 들어가더니,
조용히 눈물을 흘렸습니다.
“엄마 아빠가 나를 믿지 않는 것 같아 너무 속상해…”
그 순간, 저희는 많은 걸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아이의 부족함이 아니라, 우리가 너무 조급하게 판단한 것은 아니었는지 말입니다.
그래도 아이와 충분히 이야기한 끝에, 한 번쯤은 경험 삼아 가보자는 의미로
학원에 보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학원 첫날, 돌아온 아이가 전혀 예상치 못한 소식을 전했습니다.
“엄마, 나 오늘 학원에서 여자친구 생겼어. 아마 사귀게 될 것 같아.”
SAT 점수를 올리러 간 학원에서, 여자친구라니요?
처음엔 웃음도 나고, 솔직히 걱정도 됐습니다.
입시를 앞두고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건 아닐까,
게다가 같은 한국계도 아닌 중국계 친구라 더욱 마음이 복잡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아이를 믿기로 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중심을 잃지 않는 것,
그리고 아이 스스로의 선택을 존중하는 자세였습니다.
사실 단기간에 점수를 끌어올리는 건 쉽지 않았고,
결국 아이의 SAT 성적은 기대한 만큼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시간들이 결코 헛된 것이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아이도, 우리도 그 과정을 통해
입시란 단순히 점수 싸움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고 신뢰하며 함께 성장해 가는 여정이라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눈물도 있었고, 당황스러운 순간도 있었지만,
그 모든 시간들이 아이를 조금 더 단단하게,
부모인 우리를 조금 더 유연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이 글을 쓰며 되돌아봅니다.
그때 아이의 눈물은 단지 감정의 표현이 아니라
부모의 사랑과 기대에 대한 깊은 소통의 시작이었습니다.
자녀교육은 결국,
함께 걷는 시행착오의 연속이자, 배우고 또 배우는 여정입니다.
때로는 실수도 하고, 너무 앞서가기도 하지만,
그 모든 과정 안에 사랑과 배움이 스며 있습니다.
입시라는 이름 아래 놓인 수많은 감정들 속에서,
우리는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자체가 우리가 얻은 가장 값진 성과라고 믿습니다.
※ 이 글은 UCLA 데이터사이언스 전공에 진학한 자녀를 둔 한 이민 1세 부모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입시라는 현실 속에서 벌어진 작은 사건을 통해 부모와 자녀 간의 신뢰, 성숙, 성장을 함께 나누기 위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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