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를 준비하면서 자주 듣게 되는 말이 있습니다.
"좋은 스펙을 쌓아야 한다", "어떤 활동이 더 경쟁력이 있을까?"
하지만 부모로서 긴 시간 곁에서 아이를 지켜본 제 생각은 조금 달랐습니다.
결국 입시에서 가장 오래 남는 힘은 ‘아이의 태도와 학습 습관’이었습니다.
저희 아들은 이번 가을, UCLA에서 데이터사이언스를 전공으로 시작하게 됩니다.
수학과 과학을 좋아하던 성향에, 분석과 탐구를 즐기는 집중력이 더해져
이 전공은 마치 아이가 천천히 자신의 속도로 걸어가다 자연스럽게 도착한 목적지 같았습니다.
✦ 습관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아이를 키우며 가장 인상 깊었던 건,
그가 아주 어릴 때부터 가지고 있었던 스스로 학습하려는 태도였습니다.
‘공부하라’는 말을 따로 하지 않아도, 늘 스스로 정해진 시간에 자리에 앉았고,
새로운 개념을 만나면 궁금해했고, 이해될 때까지 천천히 파고들었습니다.
미국 입시에서 요구하는 ‘학업의 깊이’는 단순한 성적을 넘어서 있습니다.
자기 주도적 학습 능력, 호기심의 연속성, 실패를 대하는 자세,
이 모든 것이 아이의 태도에서 비롯되는 것임을 대학은 꿰뚫어 보고 있습니다.
✦ 태도는 에세이와 추천서에 녹아든다
대학입시에서 가장 많은 시간과 고민을 들이게 되는 자기소개서(에세이).
이 글 속에 담겨야 할 건 단지 ‘무엇을 했다’가 아니라,
**‘어떤 마음으로 그것을 해왔는가’**입니다.
자신이 무엇을 배웠는지, 어떤 태도로 어려움을 극복했는지,
왜 이 전공을 선택하게 되었는지를 진정성 있게 표현하는 데에는
그동안의 학습 태도와 삶의 방향성이 고스란히 드러나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추천서를 써주는 선생님 역시
아이의 성적보다 그 너머에 있는 성실함, 집중력, 질문하는 자세를
가장 인상 깊은 평가로 언급해 주셨습니다.
부모의 태도는 아이의 거울이 됩니다
입시 여정에서 부모의 역할은 단지 정보를 주고 조언을 건네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더 근본적으로 중요한 것은 어떤 태도로 아이의 성장을 지켜보는가입니다.
때로는 아이가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수도 있고,
기대한 만큼의 성과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 부모가 조급해하거나 실망의 감정을 드러내기보다,
“너는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어”라는 따뜻한 시선을 견지할 수 있을 때,
아이 역시 좌절을 딛고 다시 걸어갈 용기를 얻게 됩니다.
또한 부모가 ‘결과’보다 ‘과정’을 소중히 여기고,
‘스펙’보다 ‘성실한 자세’를 인정해 줄 때,
아이는 진짜 자신의 속도로 성장할 수 있는 마음의 공간을 갖게 됩니다.
입시라는 큰 파도 앞에서
부모는 방향을 강제로 끌고 가는 조종자가 아니라,
늘 일정한 위치에서 믿음으로 지켜봐 주는 등대 같은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걸
이번 경험을 통해 다시 한번 배웠습니다.
이처럼 부모의 태도는 아이의 여정 전체에 깊고 조용한 영향을 미칩니다.
입시라는 단어에 너무 매몰되지 않고,
‘어떤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지’를 함께 바라봐 주는 여유와 신뢰가
결국 아이에게는 가장 큰 힘이 됩니다.
결과는 지나가고, 태도는 남는다
'어떠 어떠한 대학에 진학했다'라는 이름보다 더 값진 건,
아이 스스로가 자신의 힘으로 그 여정을 마쳤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꾸준함, 진정성, 자율성이라는 태도의 힘이 있었음을
이번 입시를 통해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부모의 입장에서 볼 때,
입시는 단지 대학에 들어가는 관문이 아니라,
아이의 삶의 태도와 방향을 확인할 수 있는 과정이기도 했습니다.
혹시 지금 입시를 준비하며 조급하거나 불안한 마음을 가진 분이 계시다면,
아이의 점수보다는 그 안에 깃든 ‘배우려는 태도’에 더 귀 기울여 보시길 바랍니다.
결국 그것이 아이의 삶을 지탱해 줄 가장 단단한 뿌리가 되어줄 테니까요.
※ 이 글은 UCLA 데이터사이언스 전공에 진학한 자녀를 둔 한 이민 1세대 부모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아이의 학습 태도와 습관이 대학입시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나누고자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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