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보다 더 섬세한 문제였습니다
입시를 준비하면서, 솔직히 추천서라는 항목이 이토록 섬세하고 복합적인 요소일 줄 몰랐습니다. 점수나 수상 실적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영역이기에 더 신경이 쓰이면서도, 부모로서 직접 개입하기 어려운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UCLA 데이터사이언스에 최종 합격하게 된 요인 중 하나는, 단순한 숫자로는 드러나지 않는 그의 성격과 태도를 ‘제삼자의 시선’으로 정확하게 전해준 추천서가 아닐까 합니다.
1. 추천서는 ‘관계의 기록’이다
추천서는 성적표가 하지 못하는 말을 대신합니다. 아이가 얼마나 성실한지, 어떤 분위기의 학생인지, 교사와 동료들 사이에서 어떤 사람으로 비쳤는지를 말해주는 유일한 공식 문서입니다. 다시 말해, 아이와 교사 사이에 어떤 관계가 형성되었는지가 그대로 드러납니다.
제 아들은 늘 자기일에 집중하는 아이였습니다, 눈에 띄게 튀는 성격도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처음엔 “과연 선생님께서 우리 아이를 잘 기억하실까?” 하는 걱정이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꾸준히 과제를 잘 제출하고, 교사의 피드백에 성실히 응답하며, 조용히 자기 역할을 해내는 그 모습을 교사들은 ‘진지한 태도’로 기억해 주셨습니다.
2. 추천서는 미리 준비하는 마음의 열매다
추천서는 ‘마감 직전에 부탁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11학년 한 해 동안 교사와 신뢰를 쌓아온 시간의 결과입니다.
아이에게 저는 종종 이렇게 말했습니다.
“수업은 단순히 배우는 자리가 아니라, 선생님께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드리는 기회이기도 해.”
저희 아이는 본인이 흥미 있었던 AP 수업에서 종종 질문을 했고, 틀려도 좋으니 스스로 설명해 보려 노력했습니다. 교사는 그 자세를 좋게 보셨고, 나중에 추천서를 요청드렸을 때 흔쾌히 수락해 주셨습니다.
부모 입장에서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조언은, 아이가 매 수업에서 존중과 성실함을 보여주는 훈련을 하도록 독려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사는 그걸 분명히 알아봅니다.
3. 어떤 선생님에게 부탁할 것인가?
물론 성적이 좋았던 과목의 선생님에게 추천서를 요청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아이를 잘 이해하고 기억해 줄 수 있는 선생님인가입니다. 한 분은 과학 과목의 선생님으로 아이의 논리적 사고력과 프로젝트 참여 태도를 높이 평가해 주셨던 분이었고, 다른 한 분은 문과 수업에서 아이의 내면적 성찰과 글쓰기 능력을 잘 봐주셨던 분이었습니다. 전공과 직접 연관된 교과 외에도, 아이의 사고력과 인성을 보여줄 수 있는 추천서를 얻고자 했던 판단이었습니다.
부모로서 느낀 점
추천서에 관해서는 아이도, 부모도 결과를 통제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교사에게 진심을 다해 다가가고, 수업 속에서 성실하게 반응하며, 교사와 인간적인 신뢰를 쌓아온 시간은 결코 헛되지 않았습니다. 저는 입시 준비 과정에서 아이가 쓴 자기소개서도 감동이었지만, 선생님들이 써주신 추천서를 읽었을 때 더 울컥했습니다.
‘아, 이분들이 정말 우리 아이를 이해하고 사랑해 주셨구나.’
그 문장을 읽는 순간, 비로소 저는 그 모든 시간이 헛되지 않았음을 느꼈습니다.
※ 이 글은 UCLA 데이터사이언스 전공에 합격한 아들을 둔 한 이민 1세 학부모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자녀교육' 카테고리의 다른 글
'데이터사이언스'란 어떤 전공인가요? — 요즘 떠오르는 STEM 계열 인기 학과 (2) | 2025.06.03 |
---|---|
“조용한 기적, 그리고 성장을 지켜보는 엄마의 마음” – UCLA 데이터사이언스 합격 이야기 (4) | 2025.05.30 |
[입시 준비 시리즈 ④] 공통지원서(Common App)의 자기소개서 작성 전략 (1) | 2025.05.26 |
[입시 준비 시리즈 ③] 9학년부터 12학년까지, 학년별 입시 준비 로드맵 (1) | 2025.05.26 |
[입시 준비 시리즈 ①] (3) | 2025.05.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