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는 얼마나 개입해야 할까? — 전공 결정에서의 조력자 역할
아이의 대학 전공을 함께 고민하다 보면, 부모로서 우리는 참 많이 흔들립니다.
“이걸 그냥 맡겨도 될까?”
“조금 더 개입해야 하는 건 아닐까?”
“혹시 내가 너무 끌고 가는 건 아닐까?”
저 역시 아들이 전공을 고민하던 시기에 수없이 스스로에게 이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리고 아이를 지켜보며, 부모로서 어디까지 도와야 하고 어디서부터는 물러서야 하는지에 대해
조금은 배워가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 잘해주고 싶었던 마음이 때로는 ‘너무 앞서’ 있었던 적도
아들이 처음 전공을 고민할 땐, 자연스럽게 컴퓨터사이언스가 떠올랐습니다.
어릴 때부터 수학을 좋아했고, 중학교 때부터 코딩 캠프도 즐겨했고,
고등학교에서도 관련 수업에서 좋은 성적을 받았으니까요.
저는 속으로 “이건 그냥 당연한 선택이겠구나” 생각하며 준비를 도우려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아이가 조심스럽게 말했습니다.
“엄마, 나는 컴퓨터 자체보다, 데이터를 다루는 쪽에 더 관심 있어.”
“문제 해결하는 것도 좋은데, 그걸 사람들에게 설명하고 분석하는 게 더 재미있어.”
그 말을 들으며 저는 그동안 얼마나 제 생각대로 아이를 ‘밀고 있었는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 질문은 도와주되, 결정을 대신하지 않기
그 이후로 저는 아이에게 직접적인 조언보다는 질문을 많이 하려 했습니다.
- “그 분야에서 어떤 활동을 해보면 좋을까?”
- “어떤 수업이 네가 말한 관심사와 더 가까울까?”
- “데이터를 다루는 일이 구체적으로 어떤 일일까?”
이런 질문을 함께 나누면서 아이는 스스로 정보도 찾아보고,
관련 캠프에도 참가하고, 전공에 대해 구체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결정은 아이가 했지만, 그 과정을 함께 걸어가며 마음의 동반자가 되어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 ‘대신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걸어가는 것’
입시 상담을 하다 보면, 부모가 전공, 대학 리스트, 자소서 내용까지
모든 걸 주도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됩니다.
물론 그것이 아이를 아끼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임을 너무나 잘 압니다.
하지만 그런 방식은 결국 아이 스스로의 자기 결정권을 약화시키고,
입학 후 혼란을 더 크게 만드는 결과로 돌아오기도 합니다.
저는 전공이라는 건 결국 그 아이의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줄 선택이기 때문에,
부모가 대신해 줄 수 없는 결정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부모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역할
전공 선택은 부모가 먼저 정답을 갖고 있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오히려 아이가 스스로 답을 찾아갈 수 있도록 공간과 대화를 열어주는 것,
그게 부모가 해줄 수 있는 가장 든든한 지원 아닐까요?
결국 저는 이렇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부모는 아이의 인생이라는 지도에 직접 길을 그려주는 사람이 아니라,
아이가 방향을 잃지 않도록 옆에서 손전등을 비춰주는 사람이다.”
그 빛이 강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다만 아이가 스스로 앞으로 걸어갈 수 있는 자신감을 잃지 않도록,
조용히, 묵묵히, 그리고 믿어주는 마음으로 함께해 주세요.
※ 이 글은 UCLA 데이터사이언스 전공에 입학한 아들의 진로 결정 과정을 바탕으로, 전공 선택을 앞둔 이민 가정의 부모님들에게 조심스럽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