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교육

언어의 거리, 마음의 거리 – 한국어, 영어 그리고 정체성

내가 부모다 2025. 4. 1. 08:36

“얘가 왜 저렇게 무뚝뚝해졌는지 모르겠어요. 사랑한다고 해줘도 대답이 없어요.”
한 어머님이 2세 자녀 이야기를 하며, 눈시울을 붉히셨습니다. 한국에서는 당연했던 감정의 표현 방식이, 이민의 세월 속에서 자녀와의 소통에 벽이 되었다는 안타까움이었습니다.

 

이민 가정에서 ‘언어’는 단순한 의사소통의 수단을 넘어, 사랑의 방식 그 자체입니다.
1세대 부모님들은 ‘말하지 않아도 아는 정(情)’을 믿습니다. 따뜻한 밥 한 끼, 밤새 일하고도 아이를 데려다주는 희생 속에 사랑이 담겨 있다고 생각하셨지요. 하지만 2세 자녀들은 영어로 사고하고 표현하며 자랍니다. “I love you.” “I’m proud of you.”처럼 직접적인 언어를 통해 감정을 확인받고 싶어 합니다.

2020년 UCLA 아시아계 청년 정체성 연구에 따르면, 한인 2세 중 64%는 “부모님과 감정적인 대화가 부족하다”라고 느끼며, 이유로 ‘언어의 장벽’을 꼽았습니다.

"엄마가 내 말을 이해는 하시지만, 제 감정은 잘 안 통하는 것 같아요."

 

– 재니퍼(가명, 26세, 뉴저지 출신)

한편, 부모 세대는 자녀의 영어를 알아듣지 못해 대화에 소극적이 되거나, 자녀가 한국어를 잊어버리는 것에 대해 서운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 사이, '우리'의 언어는 점점 줄어듭니다.

하지만 언어의 차이가 ‘소통의 단절’로 이어져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말의 내용보다, ‘말을 하려는 마음’이 서로를 향할 때, 언어는 통로가 됩니다.

한 상담 심리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가장 효과적인 세대 간 대화는 ‘정확한 단어’가 아니라 ‘공감하려는 태도’에서 시작됩니다.”

 

말이 서툴더라도, 어색하더라도,
서로의 언어로 “내 마음을 전하고 싶다”는 시도가 이어질 때, 그 거리는 조금씩 좁아집니다.

 

작은 팁을 드리자면,
– “오늘은 어땠어?” 대신 “오늘 기분은 어땠니?”
– “잘해야 돼” 대신 “너라면 잘할 수 있을 거야”
이렇게 질문과 격려의 말을 조금만 바꿔도 대화의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이민의 삶은 서로 다른 언어가 함께 살아가는 여정입니다.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정(情)과 마음은, 시대가 바뀌어도 여전히 따뜻합니다.


💬 함께 나눠보고 싶은 질문들

  1. 나는 자녀에게 사랑을 어떤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었나요?
  2. 자녀는 나에게 어떤 말이나 표현을 기대하고 있었을까요?
  3. 오늘, 우리 가족이 서로의 언어로 한 문장씩 감정을 나눠본다면 어떤 말을 하고 싶으신가요?